쉼과 여유
(하늘시인 이영하)
나는 너무 오래 앞만 보고 걸었다.
뒤에서 부르는 바람도
곁에 피는 꽃도 몇 번이나 지나쳤다.
하늘을 날 때에는
목적지의 좌표가 필요했지만
땅에 내려온 뒤에는
잠시 멈출 자리가 필요했다.
경안천 물소리에 걸음을 늦추고
갈대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바라보며
비로소 알았다.
인생은
채우는 일만으로 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
빈 찻잔 하나에도
오래 머무는 향기가 있고
말을 아낀 하루에도
사람의 마음은 자란다.
이제는 조금 천천히 가려 한다.
늦게 피는 해도 바라보고
먼 사람의 안부도 기다리면서
남은 날의 가장 좋은 속도는
서두르지 않는 마음인지도 모른다.
